
오늘 발목 골절 진단을 받았다.
어제 파크에서 드랍인 이후 단계에서 넘어졌다. 램프에서 내려가는 순간, 옆 기물에서 다른 사람이 출발하는 게 보였다. 동선이 겹치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반사적으로 속도를 죽여야겠다는 판단이 몸보다 먼저 나갔다. 그 결과, 중심을 잃었고, 보드에서 발을 빼는 순간 발이 바닥에 끌렸다.
인대 부분 파열, 그리고 발목 뼈에 간 금. 어젯밤에는 '인대가 좀 다쳤겠네' 정도로 생각하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뼈까지 금이 가 있었다.
입원실에 누워서 처음 든 생각은 '이제 2~3개월 동안 보드를 못 타는데 어떡하지'였다. 두 번째 생각은 '발이 나았을 때를 위해 코어 운동을 해둬야겠다'였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4월부터 7월까지의 석 달이 즐거웠다. 24살의 나를 넘어서 계속 늘고 있다는 감각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천천히, 안전하게 배우던 시절
스케이트보드는 대학교 때 시작했다. 지금보다 시간이 훨씬 많았던 2021년에는 정말 열심히 탔다. 다만 방식이 달랐다. 천천히, 안전하게. 넘어지지 않는 선 안에서만 연습했다.
오래 탔고 시간도 많이 썼지만, 실력이 느는 속도는 더뎠다. 그 시절 영상을 지금 다시 봐도 '엄청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2023년까지 그렇게 타다가 2024년부터는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었고,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2년 가까이 보드를 놓았다.
빠르게, 과감하게 배우기로 한 올해
2026년, 취업을 하고 나서 보드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다. 대학생 때와 달리 이제는 시간이 부족했고, 20대가 가기 전에 더 화려하고 위험한 기술을 배워두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 때도 안 하던 것들을 28살에 하기 시작했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과감하게. 개인 강습도 두 번 받았고, 그 덕에 오랫동안 두려워하던 드랍인도 해낼 수 있었다.
파크에서 만난 어글 스케이터(묘기용 인라인 스케이트)분들이 내가 타는 모습을 따라오며 영상으로 찍어주신 적이 있다. 영상 속의 나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그런데 그 영상이 오히려 불을 붙였다. 더 빠르게, 덜 겁내면서 타야겠다고. 더 멋지게 찍히고 싶다는 욕심은 어느새 '넘어지고 다쳐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그 끝에 골절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치고 나서 보이는 것
다치고 나니 보이는 게 있다.
예전처럼 안전하게 탔다면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게 탔다면 실력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2021년의 나는 훨씬 많은 시간을 쓰고도 천천히 늘었고, 올해의 나는 석 달 만에 4년 치를 따라잡고 넘어섰다. 빠른 속도에는 처음부터 대가가 붙어 있었고, 오늘 그 대가를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탔다면 안 다쳤을 텐데'라는 생각은 분명 스쳐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뒤에 곧바로 따라온 생각은 이거였다. 예전 처럼 탔다면, 나는 아직도 두려워하던 것들 앞에 그대로 서 있었겠지.
그래서, 앞으로
결론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젊음이라는 무기를 쓰기로 했다. 골절이 다 낫고, 다음에는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그래도 28년을 살아오며 배운 게 하나 있다면, 결국 오래 남는 후회는 다친 기억이 아니라 그 시절에 시도하지 않은 기억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분간은 장난감을 압수당한 아이의 기분으로 석 달을 버텨야 한다. 그게 지금은 제일 슬프다. 그러니 발이 붙는 동안 코어 운동을 하며 더 높은 알리를 뛸 준비를 해 놓을 생각이다.
다시 램프에서 알리 하이를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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