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수술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는다. 절대 안 갈 것 같던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그동안 나와 같은 수술을 받은 사람의 후기가 없을까 수도 없이 찾아봤지만 딱히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내 기록을 남겨두면 비슷한 부상을 당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주차별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2주씩 끊어서 총 4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매주 사진을 찍고 기록해 둔 건 아니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위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다친 부위와 받은 수술
찾아보니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분들 글을 읽으면서 내가 정석에 가까운 치료를 받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는 그렇게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AI에게 조언을 구했던 기록이다. 어느 부위에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해 두면, AI에게 물어볼 때 훨씬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프롬프트에 어려운 용어가 섞여 있는데, 쉽게 말하면 이렇다. 안쪽 복숭아뼈에 수직으로 금이 갔고, 뼈가 제자리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체중이 바로 실리는 부위라서 나사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다만 비슷한 부위를 다쳤더라도 내 경험을 너무 믿지는 않았으면 한다. 내가 봐도 나는 좀 무모한 편이라(?)... 몸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친 뒤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은 결국 담당 의사 선생님이다. 이 글은 참고용으로만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다시 일상으로
월요일에 수술을 받고, 화요일부터 병원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일해본 건 처음인데, 이만큼 힘든 게 또 있을까 싶다. 허리는 아프고, 링거를 달고 있어서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밥이 제때 나오는 건 좋았지만, 일하기 최악의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병원 침대 위다.

결국 수요일 아침 일찍 퇴원하고 집에서 재택을 이어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식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는데, 우리 집 고양이 복냥이가 자꾸 방해를...

구매했던 물건들
목발
퇴원 전에 가장 먼저 산 건 목발이다. 겨드랑이에 끼우는 목발은 너무 불편할 것 같아서 손으로 잡는 목발을 골랐다. 돌이켜보면 4주 차까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오래 쓰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오는 게 느껴졌다. 앉거나 일어날 때마다 손으로 먼저 바닥을 짚고 발을 디뎠던 습관 탓에 손목이 더 아팠던 것 같다.
겨드랑이 목발은 안 써봐서 비교는 못 하지만, 그래도 손으로 잡는 목발은 강력 추천한다!

샤워용 방수 커버
목발과 함께 산 건 샤워할 때 발에 씌우는 방수 커버다. 이건 진짜 꿀템이다. 7~8월 한창 더울 때 씻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방수 커버에, 집에 물이 닿아도 괜찮은 의자가 없다면 의자 하나 정도만 더 있으면 된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시원하게 샤워할 수 있다.

발목 냉찜질 팩
첫 주에 마지막으로 산 건 냉찜질 팩이다. 집에 쿠팡에서 받은 아이스팩이 있었는데, 막상 얼려보니 너무 딱딱하고 발목에 고정하기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발목 전체를 감싸주는 찜질 팩을 하나 샀다.
이것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착용이 간편해서 끼워두고 휴대폰만 보고 있으면 15분은커녕 30분도 거뜬했다. 특히 수술 후 3주차까지는 발목이 많이 부어 있었는데, 붓기 빼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4주차 이후부터는 3분만 대고 있어도 너무 차가워서 동상에 걸릴 것 같았다는 것 정도?

재택근무의 장단점
수요일부터 집에서 재택을 하면서, 불과 1주일이었지만 재택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게 됐다.
가장 큰 단점은 소통이었다. 평소라면 옆자리 시니어 개발자분께 바로 물어보거나 부탁드릴 수 있었는데, 재택에서는 모든 걸 사내 메신저로 주고받거나 따로 미팅을 잡아야 했다. 말로 금방 물어볼 것을 글로 옮기다 보니 시간이 더 걸렸고,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상대방은 나만큼 맥락을 알지 못한다는 걸 전제로 하면서도 메시지를 간결하게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덕분에 글로 소통하는 법을 갈고닦을 수 있었다.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이걸 받는 사람이 내 의도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다.
단점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장점도 분명했다. 일단 편하다. 노래를 스피커로 틀어놓고 작업할 수 있고, 틈틈이 누워서 쉴 수도 있다.
발목이 너무 부을 때면 침대에 누워 쿠션 위에 다리를 올려두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복냥이가 내 발을 베개 삼아 잠들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뒤로 복냥이랑 이렇게 붙어 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예전에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책에서 "잘못 든 길에도 풍경은 있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는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런거 같다.
2주차: 붓기와의 싸움
첫 주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붓기가 조금씩 빠지면서 발목에 감긴 붕대와 보조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또 누워서 발을 심장보다 높이 올려두는 것만으로는 붓기가 잘 빠지지 않는 것 같아서 발가락을 움직이는 운동을 시작했다. AI에게 조언받은 방법으로, 아래처럼 발가락 펌핑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당시에는 알기 어려웠던 것 같다.

2주차까지는 회사 일이 아주 바쁘진 않아서 오히려 주말이 버티기 힘들었다. 평소엔 주말마다 보드 타러 가거나 밖에 나돌아 다녔는데, 집에만 있다 보니 찾아오는 이틀의 휴일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주말엔 누워서 발을 올려둔 채 시간을 보냈다. 평소 안 하던 모바일 게임도 하고, 밀린 웹툰과 웹소설도 보고, 책도 읽었다.
이때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 떠올려도 여운이 남는다.

(교보문고 e-book 990원.. 매우 싸니까 과자 살돈 한 번으로 읽어보기를 적극 권유한다)
AI에게도 평소보다 훨씬 자주 질문했다. 지금 그 기록을 다시 읽어보면 그때는 정말 답답했겠구나 싶으면서도, 뭘 그렇게 조급했나 싶기도 하다. 다시 읽어보며 별 걸 다 물어봤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ㅋㅋ.


마무리하며
두 달이 지나서 기억을 더듬으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과 그때 산 물건들, AI에게 남긴 질문들 덕분에 당시의 생각이 조금씩 떠올랐다. 사람은 금방 잊어버리니까, 흔적을 남겨두어야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기록의 중요성?
다음 편에서는 3~4주차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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